12. 생각은 말이 되고 행동이 되고 습관이 되고 운명이 된다.

사람은 대개 자기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운명은 외부에서 오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자기 자신의 약한 마음,
게으른 마음, 성급한 버릇, 이런 것들이 결국 나쁜 운명을 만든다.
어진 마음, 부지런한 습관, 남을 도와주는 마음,
이런 것이야말로 좋은 운명을 여는 열쇠이다.
운명은 용기 있는 사람 앞에서는 약하고,
비겁한 사람 앞에서는 강하다. (세네카)

아프리카 코사족의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공존이나 상생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데, ‘다른 이의 도움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라는 의미다. 누구나 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한 망설임과 두려움이 있다. 이를 함께 나눌 조력자가 있으면 열정을 지속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나 역시도 시도해 보지 않은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어려움은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기업 창업 교육과정 1기 운영을 통해 얻은 경험과 옆에서 도움을 주는 20여 명의 멘토진이 있어 이후 2기부터 4기까지 비교적 순탄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저녁에 2시간씩 5주간 진행하는 기본과정에서는 사회적경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우기에 앞서 과정 참가자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그동안 잠재우고 있었던 학습 세포를 일깨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기가 모르고 있던 잠재력을 깨워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인 ‘자기혁명’, 사장이 되면 누구나 경험하게 되지만 아무도 미리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처럼 사장이 되기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경험으로 정리한 ‘사장학(社長學)’, 지구를 살리는 지속 가능한 방법인 의식 전환과 실천과제를 다루는 ‘생태환경’,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사회적경제기업 창업자가 주목해야 할 ‘IT 트렌드와 전망’, 사회적경제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경제기업 경영자 및 재미난청춘세상 선배와의 대화 그리고 팀 빌딩 회식 등으로 구성했다.

5주간의 기본과정이 끝난 후, 이어지는 16주간의 실전과정은 매주 금요일 저녁에 3시간씩 진행한다. 사회적경제 방식을 통한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사회적 목적 및 사회적 가치 창출을 본질로 창업을 준비하려는 청춘들을 위한 과정이다. 사회적경제 기업가 교육과정에서 다뤄야 할 ‘사회적 가치 제안’과 ‘사회적경제 운영 전략’ 그리고 ‘사회적 성과 창출’의 세 가지 영역에 관한 충실한 콘텐츠 제공과 사례학습, 토론 및 실습의 열린 학습 형태로 운영한다. 매시간 두 분의 멘토가 와서 한 분은 이론을 강의하고 한 분은 현장 사례를 들려준다.

현장사례는 발달장애인이나 정신장애인 그리고 거리 노숙인이나 이주노동자처럼 사회적 약자의 자활을 위해 사회적경제 조직을 운영하는 분들과 사회적경제 중간 지원조직과 사회적경제 연구조직과 같이 사회적경제에 입문할 때 마중물 역할을 해주는 분들 그리고 사회적경제 마케팅과 재무, 회계 및 투자 조달처럼 사회적경제 조직의 성장을 도와주는 분들이 소중한 경험을 나눠준다.

실전과정에서는 2주마다 과정 참가자 각자의 사업 아이디어나 계획을 발표하고 멘토들과 동기들의 피드백을 받고 있는데, 이를 통해 처음에 다소 어설프던 아이디어나 계획이 다듬어지면서 16주 후에 최종적으로 사업 계획을 발표할 때는 제법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수료식 날의 낭독극 공연은 사회적경제기업 창업 교육과정의 백미이다. 대학로의 유명 연극배우 두 분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철학자이자 벤처투자가인 랜디 코미사의 기업가정신을 다룬 “승려와 수수께끼”라는 책을 낭독하는 공연을 한다. 실리콘밸리 기업가의 성공하는 삶을 위해 전하는 아주 특별한 가르침을 명품 목소리로 듣는 감동은 색다르다.



“승려와 수수께끼” 낭독극 장면. 2021년 수료식


2020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4기 졸업생을 배출했다. 총 40명으로 20대부터 70대까지의 다양한 세대가 참가하였는데, 50대가 21명으로 50% 이상을 차지했으며 그다음으로 40대와 60대가 각 6명으로 전체의 30% 비중을 차지했다. 남녀 성비는 55대 45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졸업생 중 20%가 창업을 했고, 50%가 창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나머지 30%는 당장 창업 계획은 없더라도 몇 년 후에 우리 사회를 위해 어떤 일을 하겠다고 하는 인생 로드맵을 설정했다.

도시 숲 관리 및 숲 자원 업싸이클링 사업을 하면서 앞으로 대한민국 전역의 숲지도를 만들고 이를 통한 건축용 나무의 재조림과 국내 목 활용 시스템 및 국내 목 시장 구축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가도 있고, 주민들의 자원 활동을 기반으로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생태 활동 및 지역 축제 등을 꾸리며 ‘내 이웃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끼는’ 마을공동체를 이루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어가는 혁신가도 있다.

거창한 사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남편 퇴직 후에 지방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이웃사촌 결연사업으로 연결된 조손가정이나 다문화가정 아동에게 정서적으로 필요한 다양한 유형의 돌봄을 하겠다는 분도 있다. 재미난청춘세상에 와서 설계한 인생 2막을 실천해 나가기 위해 졸업 후에 서울시 기술원에서 바리스타 및 제과, 제빵 교육을 받고 기능사 자격을 취득하였다. 취업이 힘들어 창업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참가했던 청년 구직자는 과정이 끝나갈 무렵 “앞으로 ‘어떤 일’을 하기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값진 경험”이었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숫자로 보는 1, 2, 3, 4기 과정


내가 재미난청춘세상을 운영하는 이유는 ‘나누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청년이야 아직 가진 게 별로 없겠지만, 퇴직자나 퇴직 예정자는 기본적으로 삶이 유지되고 또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도 있다. 나는 이분들이 본인들이 가진 것을 우리 사회에 나눠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나부터 나눔을 실천하자는 의미에서 무료로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내 주업인 IT 컨설팅 회사를 경영하고 사업을 수행하며 번 돈과 생활비를 줄인 돈으로 재미난청춘세상을 운영하고 있다. 재미난청춘세상 운영을 위해 별도의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보니 재미난청춘세상과 관련한 기획부터 운영까지를 거의 혼자 도맡아 하는 실정이라 시간적인 노력도 많이 소요된다. 그러다 보니 들이는 노력과 비용 대비 정말 내가 바람직한 일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간혹 오랜 세월 몸에 밴 자기중심적 삶의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해 매사에 부정적이거나 나눔에 소극적이거나 공동체 정신이 부족한 과정 참가자들을 대하게 되면 허무하고 허탈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곁에서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해주는 분들, 힘들고 지칠 때 온전한 내 편이 있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는 한다.

“한 사람의 조건 없는 선한 마음으로 시작된, 재미난청춘세상은 추운 겨울날 누군가가 내어준 따뜻한 국밥 한 그릇처럼 오랫동안 제 가슴에 머리에 남을 것입니다. 한낱 세상의 나그네 같았던 제가 여기 와서 주인장이 정성껏 말아준 뜨순 국밥을 한 그릇 다 비우고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제 길을 떠나 사람을 만나고, 모으고, 함께 일하고, 언젠가는 그때 그 국밥을 내어준 주인장님처럼 길가는 이들에게 뜨끈한 국밥 말아주는 넉넉한 이들과 함께 있으리라 꿈꿔봅니다.”

“사십 대 끝자락, 오십 대로 넘어오면서 다가온 화두가 어느 책에서 읽은 오십 대 이후에도 가질 수 있는 비전이었습니다. 교육 내내 비전을 같이 나누어 준 동기분들께 감사하고, 깊이 우러나오는 경험과 이론을 아낌없이 나눠 주신 강사님들과 멘토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랫동안 서로의 비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지 같은 친구들을 만나 행복합니다.”

“재미난청춘세상이 아니었으면 평생 만날 일 없던 인연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분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커다란 충격이기도 하고 때로는 자꾸 주저앉는 저를 일으켜 세우기도 합니다.”

“조용히 잠자고 있던 열정과 이타심을 깨우는 시간입니다. 매주 오시는 멘토님들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동기분들이 그렇게 살고 있으십니다. 자극되어 함께 묻어갑니다. 가슴 벅차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먼저 길을 가고 계시는 많은 선배님의 강의를 들으며, 때론 울컥하기도 하고 때론 존경과 선망의 눈빛을 보내기도 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사회적기업가 정신이 이미 스며들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추구하는 가치가 닮아서인지 강의해 주신 모든 분의 말씀 하나하나가 마음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고 힘든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이 계신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행동에 옮기지 못했는데,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재미난청춘세상에 참여해주신 여러 교수님과 강사님들의 말씀 하나하나 깊이 새기며 앞으로 나보다 힘든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기꺼이 다가갈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없다. 나는 꾸준함이 가져올 결과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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