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덧붙이기와 에필로그

“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서 자립은 했지만 도움을 청할 곳이나 기댈 곳이 없는 저에게 ‘들꽃 자립 품기금’은 숨통이나 마찬가지예요.”

여러분의 작은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사회복지 현장실습을 통해 인연을 맺은 들꽃청소년세상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청소년을 돌보고 가르치고 자립시키는 비영리기관으로 그동안 이곳을 거쳐 간 청소년이 1천 명이 넘는다. 들꽃청소년세상과 같은 보호시설에 기거하는 청소년은 제도상 성인이 되는 만 18세가 되면 독립해야 한다. 시설을 떠날 때 약간의 생활비가 지급되나 자리를 잡을 때까지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위급한 상황에 부닥친 청소년이 돈이 없어 잘못된 판단을 하기도 한다. 들꽃 자립 품기금은 마이크로크레딧(무담보소액대출) 방식으로 사회로 나간 자립 청소년의 집세 보증금, 대학 등록금, 긴급 생활비, 고리대 부채 탕감 및 자립 청소년 창업 지원 자금 등에 쓰이고 있다. 기금대여사업 형태로 기금을 대출한 청소년의 상환금으로 보존하고 있는데, 상환율이 70%에 달할 정도이다. 품기금을 많이 조성할수록 더 많은 청소년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어려운 처지의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든든한 뭐’가 되어 주기 위해 ‘품기금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이 행복한 지구마을은 청소년은 물론 전 인류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이다. 청소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우리 어른들이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청소년과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의 실현을 위해 들꽃청소년세상과 사회적기업 트립티가 함께 ‘와일드플라워글로벌유스(와플)’라는 비영리기관을 설립하였다. 1994년부터 위기청소년 보호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쳐 온 들꽃청소년세상과 2009년부터 이주노동자 보호 및 태국, 베트남, 인도, 네팔 등지에서 청소년 자립을 지원해 온 트립티가 두 손을 맞잡았다. 와플은 한국, 네팔, 몽골, 탄자니아 등 아시아, 아프리카 청소년들과 함께 각 지역에서 각자가 지닌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며 소통하고 관계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고 나 또한 이사로서 참여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청소년이 외국으로 이주노동을 떠나지 않고 자기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청소년 친화적인 세계, 지구마을을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한다.

간혹 내 주변인 중에 직장을 퇴직하면 봉사활동을 하며 남은 생을 보람있게 살겠다는 분들이 있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본인이 원하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자기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내주는 것이니 어디서든 감사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한국국제협력단에서 해외봉사단을 모집한 적이 있었다. 개발도상국가의 오지에 사는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지원사업이었다. 봉사단에 선발되면 1년간 교육지원 활동을 하게 되는데 교통비와 생활비만 지급할 뿐 급여는 따로 없었다. 한 부부가 퇴직 후 보람 있는 여생을 보내기 위해 봉사단 모집에 지원했다. 남편은 최첨단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경영했던 사장이었고 아내는 유치원 원장이었다. 부부는 급여도 받지 않고 봉사하는 것인 만큼 당연히 선발되리라 생각했다. 부부가 타지에서 의미가 있고 보람이 있는 활동을 함께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다소 들뜨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내만 선발됐다.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사장 경력은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여러분은 어떤가? 여러분이 지금까지 쌓아 온 경력이나 경험이 봉사 현장에서는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 나이 들어 체력이 쇠약해지다 보니 몸으로 때우기도 쉽지 않다. 괜히 봉사한답시고 오히려 걸리적거리기에 십상이다. 따라서 퇴직 후까지 기다리지 마라. 지금 당장 관심을 두고 봉사활동을 시작해라. 그러다 보면 본인이 관심이 있고 적성에도 맞는 봉사활동을 만날 수 있다. 내가 재미난청춘세상 외에 취약계층 청소년을 위해 참여하고 있는 활동을 소개한 이유이다. 나는 여러분이 꿈을 꾸고 그 꿈을 주변에 알리기를 바란다. 꿈을 꾸는 사람들이 모이면 세상은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착한 성품을 지니고 있어 본래 선량한 존재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인간은 또한 약한 존재이기에 자신의 욕심에 무릎을 꿇고 주변 상황에 휘둘리며 체면을 차리느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으로 해야 할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예사로이 저지르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간은 걸핏하면 자기중심적인 발상으로 행동을 하거나, 자칫 겸손을 잊고 거만하게 굴기도 합니다. 타인을 시기하거나 원망을 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비뚤어진 마음으로는 올바르게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유리한 판단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보편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선한 생각’을 지니면 운명이 호전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돕는 착한 마음이 우주의 법칙에 꼭 들어맞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주에는 모든 것을 성장하고 발전하게 하는 자연의 힘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를 ‘우주의 법칙’이라고도 합니다.

우주의 법칙에 순행하느냐 역행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나만 잘되면 된다는 비뚤어진 사고는 우주의 법칙을 거스르므로 운명이 절대로 호전되지 않습니다. 한편, 모두 발전하기를 바라는 고운 심성은 우주의 법칙과 일치하므로 근사한 운명이 펼쳐질 것입니다.

모든 삼라만상을 생성하고 발전시키는 의지가 흐르고 있는 우주 속에서 그 흐름에 순행하고 겸허하고 성실하며 배려심이 넘치는 고운 마음으로 일과 인생에 몰두한다면 훌륭한 성과가 찾아올 것입니다. 반면에 자신만을 생각하여 다른 사람을 밀어내고서라도 자신만 성공하기를 바라는 우주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분명 인생은 막다른 궁지로 몰리고 말 것입니다.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우리 사회를 위한 ‘선한 생각’을 토대로 한 사고와 철학을 지니고 실천해야 꾸준한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위한 사람 중심의 경제’인 사회적경제에 초대하는 이유입니다.

그동안 보잘것없는 재미난청춘세상의 이야기를 들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재미난청춘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이전글    14나는 혁신하지 않는다. 전염시킨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2.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10. 청춘(靑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