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재미난청춘세상

만물은 서로 의존하는 데에서 그 존재와 본성을 얻는 것이지 그 자체로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프리초프 카프라)

재미난청춘세상의 사회적경제기업 창업 교육과정은 창업이라는 명칭을 쓰고는 있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창업보다는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과정에 참가한 분들이 우리 사회에 나누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물론 실전과정에서 2주 간격으로 사업 아이디어나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실습을 하지만, 그렇다고 교육과정에서 계획서를 꼼꼼하게 검토해 주거나 다듬어 주거나 정부 지원금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실제로 초점을 맞추는 것은 우리 사회에 대한 의식이 깨어나서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미난청춘세상의 사회적경제기업 창업 교육과정에는 사회적경제 현장에서 사회적 가치를 위해 오래도록 활동해 오신 분들을 대거 멘토로 모시고 있다. 그분들의 삶의 얘기를 듣고 그분들의 기운을 느끼도록 해드리기 위해서이다.

또한 우리는 교육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만났지만, 단순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연을 쌓아 가는 노력을 통해 공동체를 구성해 가고 있다. 현재 약 60여 명의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금은 멘토와 멘티의 구분 없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멘토였던 분이 과정에 참여하기도 하고 멘티였던 분이 멘토가 되어 과정을 이끌기도 한다.



사회적경제기업 창업과정 개편 워크숍. 2021년


지난 2년간 4개 기수의 과정을 운영하며 매 기수 취합한 창업 교육과정에 대한 개선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재미난청춘세상 공동체 구성원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과정 개편작업을 단행했다. 그동안 과정을 이끌어 주신 멘토들과 과정 참가자들이 1년간 총 6번에 걸친 워크숍과 정기적인 온ㆍ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의견을 제시하며 보완을 했다. 그리고 과정 참가자 가운데 15명을 주제 영역별 멘토로 새롭게 선정해 기존 멘토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재미난청춘세상 공동체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신임멘토 양성을 통한 선순환적 멘토링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일은 서로 축하하고 안 좋은 일은 위로하며 행사가 있을 때는 참석해 응원하고 후원금 모집이나 제품 판매 영업도 도와주고 있다. 재미난청춘세상 1기 졸업생인 김일수님은 군포시 지역 내 취약계층을 돌보는 마을안전지킴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전기조명 지식과 일상의 간단한 수리 방법에 대한 교육훈련을 진행하였고, 2기 졸업생인 류화실님은 정신장애인들의 치유를 위해 목공예 교육을 진행하고 전시회까지 개최하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또 다른 2기 졸업생인 김규리님이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운영을 계획하며, 기획한 ‘신촌블루스 제1회 문화백신 콘서트’는 티켓판매액의 일부를 취약계층 청소년을 돕는 데 사용하는 착한 공연이었다. 부랴부랴 재미난청춘세상 구성원들과 신촌블루스 짝퉁인 ‘신촌블루투스’를 결성하여 참여했다. 메인 공연 시작 전에 분위기 띄우는 역할인데, 엉성한 신촌블루투스로 인해 더 빛을 발한 신촌블루스 공연이 되었다.


재미난청춘세상 공동체 활동. 2021년


“주인장님, 도와주세요. 재제조 토너와 쇼핑백 작업이 넘쳐나는데, 내일은 판촉물 수백 박스 작업도 해야 해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가나안근로복지관 이혜정 관장의 긴급 부름을 받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달려갔다. 연말 납품해야 하는 물량이 많은데,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에 재미난청춘세상 구성원들이 함께 갔다. “학사, 석사, 박사 위에 밥사. 밥사 위가 술사. 그리고 술사 위 최고봉 봉사.”라는데 이로써 우리는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

재미난청춘세상이 그동안 일반인의 사회적경제로의 유입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유지와 발전에도 관심을 기울이려고 한다. 사회적경제 조직을 운영하는 분들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영리기업과 경쟁한다는 것이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힘들기 때문이다. 세상살이 아무리 힘들어도 내 편 한 명만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살이라고 하니, 그러한 편이 되어 드리려고 한다. 사회적경제 조직 리더를 대상으로 사회적경제의 본질을 되새기고 본인의 초심을 돌아보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대화하며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한다.

이의 하나로 좋은 일을 하는 사회적경제 리더들을 우리 주변에 널리 알려서 선한 영향력을 확산하는 일을 먼저 추진하고 있다. 재미난청춘세상 2기 졸업생인 홍성실님이 주축이 되어 2기 강지수님과 3기 정겨운님이 함께 ‘착한소문쟁이’라는 프로젝트를 시범적으로 진행했다. 우선은 재미난청춘세상 멘토님들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알렸는데, 앞으로는 유력 미디어와 함께 사회적경제 리더들을 알리려고 한다. 또한 3기 졸업생인 최지연님께서 사회적경제 기업의 제품을 사용해 보고 후기를 통해 시장에 널리 알리는 ‘굿스니저’라는 협동조합을 최근에 설립하였는데, 이를 통해서도 사회적경제 기업의 우수한 제품을 널리 알려 드릴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서 계획하고 있는 일은 사회적경제 조직의 사회적 영향 측정이다. 우리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이지만, 본인들의 사회적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재미난청춘세상이 측정을 해서 널리 알려 드리려고 한다. 재미난청춘세상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사회적경제인들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도우며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공동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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