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나는 혁신하지 않는다. 전염시킨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에는 요령이 있다. 누구를 대하든 자신이 아랫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저절로 자세가 겸손해지고 이로써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안겨준다. 그리고 상대는 마음을 연다. (괴테)

리더십의 가장 실용적인 정의는 ‘다른 사람들이 나의 성공을 진심으로 돕게 만드는 것’이다. 더 거창하고 가치중립적인 다른 여러 정의가 있지만 나는 소극적이면서도 솔직한 이 정의가 마음에 든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강점들로 무장한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나를 도와준다면 나는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나를 도와줄 사람들을 엮어 ‘휴먼 네트워크’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것은 리더십의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다. 내가 세상에 시그널을 보내고 내 시그널에 감응해 비로소 교류가 이루어진 사람들, 바로 이 사람들이 내 성공의 가장 중요한 힘이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잘 이루어지려면 이해관계를 서로 나눈다는 것만으로는 태부족하다. 사람은 상업적 거래 이상의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그 관계가 원만하다.

다른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모여 내 성공을 진심으로 도와주게 하려면 먼저 본인이 매혹적이어야 한다. 매력은 뚱뚱한 사람도 사람을 끌게 하고, 못생긴 사람도 눈길을 잡아둘 수 있게 한다. 매력이란 우리 내면에 사는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것을 끌어낸 사람들이 얻게 된 무엇이다. 어떤 사람은 카리스마로 우리를 휘어잡고, 어떤 사람은 따스한 마음씨로 우리를 붙들어둔다. 또 어떤 사람은 통찰력으로, 어떤 이들은 노래로, 어떤 이들은 통쾌한 한바탕 유머로 우리를 잡아둔다. 자신만의 매력으로 스스로를 드러나게 해야 다른 사람을 잡아둘 수 있다. 자기 스스로를 버리면 누구도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다. 자신을 먼저 돌봐 스스로 빛나게 하라. 그러면 사람이 모인다. 모든 리더십의 출발은 자신을 먼저 닦는 것이다. 나는 나의 믿음직한 리더이며 내가 이끄는 최초의 추종자다. 이것이 셀프리더십(self-leadership)이다.

휴먼 네트워크는 평소에 잘 가꿔두어야 필요할 때 작동시킬 수 있다. 좋은 조언과 도움은 평소에 잘 가꿔두어야 때가 되어 추수할 수 있는 진귀한 선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찾아와 도움을 부탁하면 마음을 다해 도와주기 어렵다. 그리고 그 도움은 기껏해야 동정일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미리 시간과 애정을 쏟아두어야 그 관계가 깊어지고 튼튼해지며 언제나 작동 가능하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두는 것은 그 관계로부터 유익함을 얻기 위함이다. 상업적 이익만 얻기 위한 관계는 오래갈 수 없다. 이익이 사라지면 끈도 끊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관계가 아니라 거래이며 거래는 남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따지게 되어 있다. 관계가 중요한 것은 필요할 때 다른 이들로부터 그들의 조언과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마치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적합한 지혜를 얻어내듯이, 하나의 문제에 대해 그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종류의 조언 중에서 정말 내게 필요한 적절한 유익함을 가려 챙기는 것은 내 책임이다. 이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면 그 관계는 부담스러워지고 이윽고 끊어지고 만다.

거래를 통해 내 집단을 만들어 가는 배타적 관계 역시 그 편협성 때문에 위험하고 스스로를 가두는 포박으로 전락하고 만다. 등산을 해 본 사람은 비 오는 날 우비를 입고 등산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비로부터 옷이 젖는 것을 막아주지만 산을 오르며 안에서 솟아나는 땀을 배출할 수 없어 참을 수 없이 덥고 답답하기 때문이다. 좋은 관계는 고어텍스 같은 것이다. 물방울은 막아주고 땀은 배출되어 안과 밖이 서로 유익함을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 관계는 폐쇄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세상 사이의 다리여야 한다. 닫힌 관계가 아니라 열린 관계여야 한다.

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투자처라는 것을 믿는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좋은 투자처는 아니다. 투자는 모든 종목에 돈을 거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희소한 자원을 좋은 투자처에 집중할 때 높은 수익률이 되돌아오듯이 좋은 사람들에게 애정과 시간을 집중해야 한다. 좋은 사람이란 누구인가 하는 기준이 바로 여러분이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가치관이다. 나는 좋은 사람에 대한 아주 멋진 기준 하나를 알고 있다.

‘내가 서고 싶으면 먼저 그 사람을 세워주어라.’

이런 가치를 믿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불행과 희생 위에 나의 성공을 쌓는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 이런 사람과 얽히면 최악이다. 어떤 사람들과 인생을 함께했느냐가 바로 그 사람의 인생이 어떠했는지를 말해주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다.

생각 속의 나와 실재의 나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그런데도 실재하는 나와 생각 속의 나는 인생을 함께 살아간다. 그러니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걱정하고 분노하고 혹은 기뻐한다. 반대로 일어난 일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왜곡하고 과장하고 제가 믿고 싶은 것만 믿어버리기도 한다. 실재와 가상, 이것이 섞인 이야기가 바로 인생이다. 그러므로 모든 인생은 사건(역사)과 느낌(문학) 그리고 생각(철학)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산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난 이야기가 시시하다면 그건 잘 못 살았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그게 바로 장래가 밝다는 뜻이다. 삶은 크고 작은 사건과 그것에 관한 생각과 느낌으로 구성된다. 그러니까 사건과 사건에 대한 주관적 해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인생이다.

대가를 기대하지 말고 베풀어라. 관대한 사람은 다른 관대한 사람의 관심을 끌게 된다. 그것은 서로 통하는 긍정적인 신호들이다. 관대한 사람으로부터의 도움, 그게 바로 행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오늘 아침 출근길에 자연은 나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풀어 주었다.

이제 내 얘기는 여기서 끝이지만, 지금부터는 여러분의 이야기가 시작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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